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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 패션 산업과 데이터 과학

발행 2023년 04월 24일

박선희기자 , sunh@apparelnews.co.kr

 

사진=게티이미지

 

패션 산업에서 ‘재고’는 양날의 검과 같다. 너무 적으면 원가는 올라가는 동시에 매출은 줄고, 너무 많으면 채산성이 악화된다.

 

전통적으로는 재고를 많이 만들어 매출을 불리는 것이 업계 상식으로 통해온 세월이 수십 년이다. 그건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매한가지다. 남은 재고는 어떻게든 팔면 그만이었다.

 

미 연방준비은행 경제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의류 소비자 물가 지수는 1990년에 멈춰 있다. 2020년과 1990년의 의류 물가가 같은 수준이라는 얘기다.

 

팬데믹 기간 연거푸 가격을 올려 욕을 먹었던 명품 등의 흐름을 보면 그게 무슨 헛소리인가 싶겠지만, 시장 전체를 놓고 보면 이해가 간다. 그사이 출연한 자라, 유니클로, H&M 같은 저가 패션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엄청나게 늘었고, 기존 브랜드는 기존 브랜드대로 많이 만들어 세일을 해서 파는 방식에 익숙해져 온 탓이다.

 

패션 산업은 예측 가능한가. 당장 다음 주의 날씨 변화도 예측하지 못해 낭패를 보기 일쑤다. 하물며 옆 나라의 전쟁으로 인한 원부자재 값의 상승을, 리오프닝을 환호하는 시점에 중국에서의 코로나 대유행과 락다운 같은 것을 어떻게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을까.

 

이후에는 또 어떤가. 전대미문의 전염병과 전쟁이라는 폭탄이 지나가자, 이번엔 팬데믹 기간 유동성 완화로 인한 인플레이션과 그것을 막고자 하는 이자율 급등이 발목을 잡았다. 유동성과 이자율. 이것은 당장 내일의 날씨보다 패션 산업에 더 크게 영향을 미치는 문제다. 자산이 주로 부동산에 몰려 있고, 가계 부채가 OECD 가입국 중 가장 높은 우리나라는 더 그렇다. 당장 2023년 1월 기준 글로벌 패션 업체들의 재고량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2년 봄, 블룸버그는 2021년이 1950년 이후 미국 기업의 수익성이 가장 높은 해였다고 했다. 공급망 불안 속에 급증하는 보복 소비를 충분히 받아내지 못한 업계가 2022년 생산량을 크게 늘린 것은 당연한 처사였다. 그런데 이자율이 급등하고 유동성이 얼어붙으며 이것이 거대한 재고가 되어 버린 것이다.

 

다시 국내 업계로 돌아와 보자. 판매율 50%면 평작, 60%를 넘으면 대박이라 여겨 온 전통의 업체들은 대부분 아울렛에서 크게 할인된 가격에나 팔리는 신세가 되었다. 자신이 그런 신세인지, 아닌지 정확히 알려면 백화점과 아울렛의 실적 흐름을 살펴보면 된다.

 

워낙 평판이 좋고 실력이 뛰어나, 백화점에서도 잘되고 아울렛에서도 잘 되는 브랜드는 예나 지금이나 극소수, 손에 꼽힌다. 자신의 브랜드가 백화점에서는 점점 장사가 안 되는데, 아울렛에서는 그나마 이전 상태를 유지하거나 더 잘 된다면 그것은 이미 ‘그런 신세’가 된 것이다. 백화점 가격을 인정할 수 없는 소비자들이 그만큼 늘었다는 얘기니까. 국내 로컬 브랜드 중 상당수는 지금 그 지점에 놓여 있다.

 

그런데 요즘 소위 라이징 브랜드들은 다른 것 같다. 재고를 많이 만들어, 적당히 팔기 같은 공식이 그들에게는 애당초 없다. 왜냐면 그들은 온라인 기반 위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오해하면 안 된다.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브랜드라고 다 재고 관리를 잘 한다는 말이 아니다. 온라인은 오프라인에 비해 ‘데이터의 가시성’이 훨씬 뛰어난 환경이라는 뜻이다. 이것을 잘 활용하는 기업들은 재고를 많이 만들지 않고, 회전율을 높인다. 데이터가 알려주는 흐름에, 사람의 창의력이 더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데이터가 더 많이 쌓일수록 결과의 정확도는 높아지고, 상품 자산의 아카이브는 견고해진다.

 

패션은 예술과 과학이 결합된 산업이다. 디자이너가 창의적인 파트를, 머천다이저가 데이터 분석의 과학 파트를 맡는 식이다.

 

패션 PLM 점유율 1위의 센트릭소프트웨어가 PLM에 이어, 머천다이징 플래닝, 시장조사 솔루션을 잇달아 출시한 것은 패션 산업을 위한 ‘데이터 과학’의 라인 익스텐션 같은 것이다. 얘기를 들어보니, 디지털 솔루션을 도입하고자 하는 움직임도 전통 기업들보다는 라이징 기업들이 더 적극적인 것 같다.

 

박선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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